<좀비딸>이 연이은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마침내 <F1 더 무비>를 제치고 2025년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올랐습니다.

한편 <F1 더 무비> 역시 개봉 두 달 차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2위를 굳건히 지키며 장기 흥행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악마가 이사왔다> 등 신작들은 여전히 두 작품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영화는 스스로가 중요한 사건에 휘말렸다고 굳게 믿는 두 주인공, 채드(브래드 피트)와 린다(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유쾌한 망상에서 시작됩니다. 이들은 별 볼 일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죠.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성형수술 자금이 절실한 헬스클럽 직원 린다. 그녀는 더 나은 외모가 새로운 인생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습니다.

어느 날 그녀의 눈에 누가 봐도 수상쩍어 보이는 CD 한 장이 들어옵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말이죠.

CD 속에는 CIA의 일급기밀처럼 보이는 파일들이 가득했고, 린다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동료 트레이너이자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채드와 함께 CD의 주인인 오스본(존 말코비치)을 협박해 거액을 뜯어내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죠.

이 돈만 있으면 린다는 꿈에 그리던 성형수술을, 채드는 최신 운동 장비를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집니다. 사실 그 CD는 알코올 중독 문제로 해고당한 CIA 요원 오스본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인 회고록이었으니까요.

꼬일수록 커지는 거대한 상상

당연히 협박이 통할 리 없고, 자신의 치부가 담긴 회고록을 두고 협박을 당하자 오스본은 길길이 날뛰며 이들을 쫓아냅니다. 하지만 이 황당한 상황은 채드와 린다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됩니다. 평범한 이들에게 오스본의 과민 반응은 무언가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신호처럼 보였던 것이죠.

오스본의 격한 반응을 '비밀을 지키려는 자의 필사적인 저항'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더 파보면 정말 뭐가 나오겠다'는 근거 없는 확신에 사로잡힌 이들은 러시아 대사관과 CIA 본사의 문을 두드리는 대형사고를 치고 맙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점점 더 거대한 사건의 중심부로 향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기에 인터넷으로 만난 인연이자 알코올 중독에 바람둥이 기질까지 갖춘 연방 보안관 해리(조지 클루니)까지 사건에 연루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갑니다. 각자의 욕망과 오해가 뒤엉키면서, 아무것도 아니었던 CD 한 장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소동의 중심이 됩니다.

코엔 형제표 블랙 코미디의 정수

<번 애프터 리딩>은 스스로를 대단한 사건의 주인공이라 착각하는 인물들을 향한 코엔 형제식 조소로 가득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끊임없이 과대해석하고, 의미 없는 사건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파멸로 치닫는 인물들의 모습은 코엔 형제 영화의 단골손님이죠. 이 소동극은 어쩌면 특별한 의미를 찾아 헤매는 우리 인생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블랙 코미디일 수 있다는 냉소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배우들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입니다. 브래드 피트는 잘생긴 외모를 잠시 내려놓고, 백치미 넘치는 근육질 트레이너 '채드'로 완벽하게 분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조지 클루니 역시 중후한 매력 대신 찌질하고 편집증적인 바람둥이 '해리' 역할을 맛깔나게 소화해냈죠.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존 말코비치의 광기 어린 연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기꺼이 망가짐을 자처하며 만들어내는 연기 앙상블은 이 황당한 코미디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배운 게 뭐지?

영화의 마지막, 이 모든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보고받은 CIA 고위 관리는 나지막이 묻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뭘 배운 거지?"

이 질문에 누구도 섣불리 답하지 못하죠. 영화는 이처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불안과 허영, 그리고 소통의 부재가 빚어낸 촌극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대단한 비밀도, 음모도 없었습니다. 그저 각자의 욕망에 충실했던 인물들이 서로를 오해하고 멋대로 상상하며 만들어낸 거대한 헛소동이었을 뿐입니다.결국 영화는 단순히 이들을 비웃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의미를 찾아 헤매는 우리 모두에게 넌지시 말을 건넵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인생, 굳이 더 복잡하게 살 필요 있을까요?

때로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의외의 정답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이 되어줄 수도 있답니다.

어쩌면 인생의 의미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소동이 끝난 뒤의 허무함과 그럼에도 계속되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번 애프터 리딩>과 비슷한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면?

[영화]코미디의 왕(1982, 미국) - 스스로 타고난 코미디언이라고 착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킬러들의 도시(2008, 영국) - 대주교를 암살하고 도주한 두 킬러의 아이러니한 운명

<번 애프터 리딩>은 아래의 플랫폼에서 유료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CLICK

▶️웨이브

2000's

디파티드(2006, The Departed)

#누아르 #마틴스코세이지_첫오스카 #경찰속_갱 #갱속_경찰

📜 시놉시스

경찰은 범죄 조직에 신입 경찰 '빌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조직은 경찰 내부에 심복 '콜린(맷 데이먼)'을 스파이로 심는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각자의 조직에서 신임을 얻어가던 두 사람. 하지만 두 조직 모두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빌리와 콜린은 서로를 찾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제, 누가 먼저 상대의 정체를 밝혀내고 살아남을 것인가.

🎬 플랜 B의 2000년대 아카이브

• 트로이 (Troy, 2004)
•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2007)

2020's

위민 토킹(2022, Women Talking)

#여성연대 #실화바탕 #아카데미각색상 #치열한토론

📜 시놉시스

외부와 단절된 종교 공동체, 여성들은 오랫동안 자행된 끔찍한 범죄의 진실을 알게 된다. 남자들이 마을을 비운 단 이틀. 헛간에 모인 그녀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두고 토론을 시작한다. 이 지옥에 남아 싸울 것인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것인가, 아니면 침묵할 것인가. 이들의 대화는 단순한 선택을 넘어, 희망을 향한 가장 위대한 연대가 된다.

🎬 플랜 B의 2020년대 아카이브

• 미나리 (Minari, 2020)
• 블론드 (Blonde, 2022)
  
• 미키 17 (Mickey 17, 2025)
• F1 더 무비 (F1 The Movie, 2025)

배우 류수영이 출간한 요리책 『류수영의 K-레시피』가 주요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다. 이는 단순한 연예인의 인기에 기댄 성공이 아닌,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어남선생’ 레시피의 성공 요인은 명확하다.

류수영의 성공은 체계적인 설명과 실용적인 콘텐츠, 그리고 방송을 통해 구축한 신뢰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의 요리책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독자들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한 줄 요약

배우의 실용 레시피, 출판 시장의 베스트셀러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