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상위권이 교착 상태에 머무른 가운데 소설 원작의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임윤아 주연의 <악마가 이사왔다> 등이 경쟁하던 중위권은 두 영화의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며 주춤하는 모양새입니다. 그 빈틈을 지난 27일 개봉한 <노바디 2>가 빠르게 파고들며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전쟁터에 있는 친구들에게 맥주를 가져다주겠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황당한 코미디 영화처럼 들립니다. 만약 이 이야기를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면 아마 정말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감독이 피터 패럴리(Peter Farrelly)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는 대중에게 각인된 코미디 영화 <덤 앤 더머>는 물론,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따뜻한 로드무비로 풀어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그린 북>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그의 진짜 장기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유쾌하고 가벼운 설정을 ‘트로이의 목마’처럼 활용해, 관객이 무방비 상태로 묵직한 주제의 심장부로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죠.

영화의 배경은 1967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뉴욕입니다.

주인공 ‘치키’(잭 에프론)는 반전 시위를 이해하지 못하고, TV 뉴스에 나오는 정부 발표를 굳게 믿는 순진하고 철없는 애국 청년이죠. 동네 친구들이 하나둘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자, 그는 '누군가 그곳에 직접 찾아가 동네 맥주라도 한 캔 건네며 응원해줘야 한다'는 바텐더의 농담 섞인 말에 영감을 받지만, 이내 주변의 은근한 무시와 ‘우리 아들에게도 가 달라’는 이웃들의 부탁에 떠밀리듯, 그 무모한 약속을 짊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로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맥주를 가득 채운 더플백을 들고 베트남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몸을 싣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기막힌 코미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반바지에 셔츠 차림으로 어슬렁거리는 이 수상한 남자를, 군인들은 감히 민간인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상상력은 단 하나의 그럴듯한 결론, ‘저 녀석은 분명 CIA일 것이다’로 향하고 말죠. 이 어처구니없는 오해 덕분에, 그는 전쟁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제 발로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까지의 유쾌한 여정은, 치키가 믿어왔던 세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를 깨닫게 하기 위한 긴 준비운동이었습니다. 그가 직접 마주한 베트남의 현실은 TV에서 보던 영웅적인 서사와는 정반대입니다. 포화와 비명, 친구들의 공허한 눈빛, 그리고 그 참상을 어떻게든 전하려는 종군 기자들의 사투 앞에서 그의 단순했던 신념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가 현장에서 마주하는 종군 기자 ‘아서 코츠’(러셀 크로우)는 실제 역사 속 여러 기자들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존재는, 국가가 주도하는 거대한 프로파간다와 한 개인이 온몸으로 겪어내는 전쟁의 실체 사이의 아득한 거리를 영화가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게 만드는 하나의 렌즈가 되어줍니다.

사실 이 영화는 우정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한심했던 '어른 아이'의 뒤늦고 혹독한 성장담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치키는 뚜렷한 직업도, 정치적 신념도 없이 그저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전부인 인물이죠. 그런 그가 벌인 맥주 배달이라는 황당한 계획은, 역설적으로 그를 안락한 일상의 울타리 밖으로 내모는 유일한 동력이 됩니다.

영화는 이 무모한 여정을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비로소 자신이 딛고 선 세상의 문제를 직시하고, 고통스러운 진실을 통해 진짜 어른으로 거듭나는지를 깊이 있게 성찰합니다.

이 영화가 남긴 감정의 파도는 그러나, 전쟁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전시하는 장면에서 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가벼운 맥주 캔을 들고 떠났던 한 남자가, 차마 말로 옮길 수 없는 무거운 진실을 대신 짊어지고 돌아왔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어떤 변명도, 설명도 없이, 그저 한 인간의 얼굴에 남은 여정의 흔적만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그 정직한 슬픔이야말로, 이 영화가 관객에게 건네는 가장 무겁고 진솔한 마지막 한마디일 것입니다.

<지상 최대 맥주배달 작전>과 비슷한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면?

[영화]그린 북(2018, 미국) - 교양 넘치는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와 주먹만 믿는 백인 운전기사,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 여행

[영화]리틀 미스 선샤인(2006, 미국) - 희망이라고는 1도 없는 콩가루 집안, 막내딸의 미인대회라는 황당한 목표 하나로 뭉쳐 떠나는 웃음과 눈물의 여정

[시리즈]테드 래소(2020~2023, 미국, 영국) - 축구는 1도 모르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 하나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뛰어든 긍정왕 감독의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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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치쿠 제공

🎥 감독의 신념이 드러나는 캐스팅 비하인드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영화에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을 후보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캐스팅 원칙을 세운 감독은, 그에 따른 캐스팅 난항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감독은 배우에 국한되지 않는 동시에 다른 분야의 인물들에 대한 가능성을 보아냈고, 그렇게 음악계의 두 거장 데이비드 보위와 사카모토 류이치가 최종 주연으로 발탁되었다. 

🎥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걸작이 되었는가?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금기에 관한 영화이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서로 죽여야만 하는 상대인 영국군과 일본군 간의 우정과 사랑을 이야기하며, 동성애적인 코드를 과감하게 차용한다. 이는 꾸준히 자국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예술로써 겸해왔던 감독의 새로운 영화적 결심이며, 그의 말년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1983년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으로 공식 초청됐으며,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 잡지사인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그 해의 가장 위대한 영화 3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매우 직설적이고 강렬한 사회비판적 영화만을 고수하던 오시마 나기사의 가장 '인간적인' 작품이며, 데이비드 보위와 사카모토 류이치의 '얼굴'에 관한 위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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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구도심 개항로에 자리한 인천맥주는, 이름 그대로 도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으로 맥주를 만들죠. 특히 이들의 대표 맥주인 '개항로 라거'는 1883년 개항의 역사를 간직한 지역의 정체성을 레트로한 디자인과 깔끔한 맛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답니다. 시끌벅적한 노포 식당에 어울리는 가장 한국적인 라거를 만나고 싶다면, 여기가 바로 그 정답이에요. 캔 디자인만 봐도 ‘인천부심’이 느껴지지 않나요?

• 시그니처 맥주: 청량하고 깔끔한 맛의 '개항로 라거' 외에도, 오렌지,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 향이 매력적인 '사브작 IPA' 역시 수상 경력이 화려한 인기 메뉴입니다.
• 꿀팁: 개성 넘치는 캔 디자인 덕분에, 여행을 기념하는 특별한 선물이나 기념품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인천 곳곳의 보틀샵에서 구매해 여행의 추억을 간직해 보세요.

그야말로 역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그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할 최종 3부작의 첫 번째 파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8월 22일 한국에 상륙했다. 그 인기에 걸맞은 폭발적인 흥행 기록을 살펴보자.

📈 1. 국내 박스오피스 근황 

개봉 첫날부터 관객 수 51만 명을 동원했으며, 무려 이틀 만에 11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영화관 정부 할인 쿠폰의 수혜를 받은 <좀비딸>조차 해내지 못한 통계이며,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의 극장가마저 장악해버린 '귀멸의 칼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올해의 기록이다. 

📈 2. 일본 박스오피스 근황 

일본에서의 인기는 한 마디로 '사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국내보다 한 달 빠른 7월 18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극장 공개와 동시에 일본 영화계의 모든 흥행 기록을 실시간으로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였다. 개봉 6주 차에 돌입한 현재까지도 여전히 실시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개봉 38일 만에 <타이타닉>을 재치고 역대 일본 박스오피스 순위 3위에 랭킹했다.

🎬 한 줄 요약

사실 상 올해의 영화는 이미 정해졌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으로